20040502

언제부터인가 아버지가 나보다 작아지셨다.
아마 초등학교4학년인가 였을 것이다.
초등학교때 내가 아버지보다 키가 커졌을 때 아버지께서는 무척 기뻐하셨다.
난 그렇게 10년도 넘는 세월을 살아왔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언젠가부터 아버지가 진짜로 작아지셨을때에도 난 눈치를 채지 못했다.
언제나 나보다 강한 아버지셨기 때문에 항상 그렇게 내 옆에 강하게 있으실 것이라 생각했다.

병원에 갔을 때에도 아버지께서는 웃으셨다.
나도 웃었지만 왜 웃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병원에서 본 아버지의 손은 너무나 부르텄고 너무나 주름이 졌다.
아버지의 그 주름 하나하나가 내가 지금껏 살아온, 심지어 내가 이렇게 내 홈페이지에 타이핑을 할 수 있던 것
그 자체도 모두 아버지가 있으셨기에 가능했던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직 2년하고도 몇일이 더 남았는데….
내가 해야할 일이 뭔지도 모르고 있는 나를 보면 항상 죄송한 마음이 든다.
차라리 십몇년전 언제부터인가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회초리를 다시 맞고 싶어진다.

건강하게 돌아오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