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효경찰(時效警察)

2006년 1분기 아사히 TV 방영드라마 – 주연: 오다기리 죠, 아소 쿠미코, 토요하라 코스케

‘한가지 미리 말해두겠는데요.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얘기는 어디까지나 제 취미의 결과입니다.’ 드라마 그 자체는 이미 끝났으니까요.

시효경찰은 추리물을 가장한 엉뚱한 드라마다. 시효관리과에서 일하는 경찰관 ‘키리야마 슈이치로’는 어느날 갑자기 취미가 없는 남자는 결혼도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취미를 가져볼까 생각한다. 그러다 낚시꾼은 낚시가 취미라는 둥의 논리를 앞세우며 자신은 공소시효(15년)가 지나버린 사건들을 ‘취미’삼아 해결하고자 마음먹는다. 이 드라마는 그가 9개의 시효 사건들(정확히는 8개, 나머지 한개는 시효 하루전)을 다루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키리야마는 시효가 지난 사건파일들을 이리저리 뒤적이다가 자신에게 끌리는 사건을 하나 집어서 조사한다. 주말마다. 혹은 퇴근 후에. 자비로. 그렇게 조사하면서 키리야마는 자신의 헤어스타일 만큼이나 뛰어난(?) 수사력을 보여주지만 대체로 키리야마가 추리했던 궁극적인 부분을 왜 다른 경찰들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게 한두번이 아니다. 또한 범인들이 착한건지, 혹은 키리야마의 화술에 쉽게 넘어간건지는 몰라도 너무나도 쉽게 그들은 반성하고 키리야마에게 사건의 진상을 털어놓는다. 대체로 반성과 진술을 버티는 사람들도 ‘다레니모 이마센요(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카드’에 키리야마의 도작이 찍히고 자신에게 건네지는 순간 키리야마에게 넘어간다. 매회 사건 하나씩 지나갈때마다 시간의 흐름과는 관계없이 애시당초 사건의 해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에 이야기는 (사회정의적인 안목으로 보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버리게 된다. (9회까지 지속되는 드라마 자체도 ‘배용준’을 패러디한 ‘배상준’을 첫회에 대사로 등장시켜 놓고 마지막회에 진짜로 등장시킨다. 그리고 첫회에 혼인신고서가 나타났다면 마지막 회에도 다시 혼인신고서가 등장한다. 게다가 첫 회와 마지막 회의 사건이 일어난 지방의 당시 형사들은 1인2역의 형제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부적절한 인물들이 틀에 딱 고정되어 있는 정형화된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구조다.

정형화되지 않은건 범인들만이 아니다. 키리야마의 동료 경찰들도 마찬가지이다. 시효경찰에 나오는 경찰들은 그야말로 제대로 된 경찰이 없다. 시효관리과 자체는 폐기된 사건들을 정리하는 부서로 한가하다고 낙인 찍힌 그룹-TV시리즈에 열광하며,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유머를 해대고, 말도 안되는 취미를 선보이고 등등-이고 키리야마의 동기이자 형사과의 잘나간다고 평가받는 형사 ‘쥬몽지’와 ‘하치’ 형사는 사건을 해결할 능력이 거의 없다. (그들 주변의 사건들이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첫회에 나오는 ‘쥬몽지’의 사건은 ‘나체로 담을 넘어 도망가는 여자 도둑’이다. @@) 교통과의 경찰들은 불법주차한 차가 있는 도로에 백묵으로 줄하나 긋는것도 제대로 못한다. 게다가 감식하는 모로사와는 천엔씩 받으며 키리야마와 취미를 공유한다.

시효경찰은 경찰이라는 시스템에서 사회에 각인되어 있는 경찰 개개인의 역할을 비틀고, 전혀 익숙치 않은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그들이 그 시스템에서 어떠한 행동을 보여주는가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함으로서 웃음을 가져다 주는 드라마다. 매회 정형화된 스토리 라인과 영상에서도 하나둘씩 색다른 모습을 제시하기 때문에 관객은 자신의 시대를 충족시키는 것과 동시에 다음회를 기대하게 된다. 오죽하면 매회 제목을 소개할 때 등장하는 뻐꾸기 시계의 ‘요로시꾸 오내가이시마스(잘부탁드립니다)’마저도 이런 기대를 만들어주는 요소이다. 마지막 회에선 모든걸 비틀어 주인공을 소개하는 멘트 시효를 맞이한 사건을 취미로 수사하는 사나이 키리야마 슈이치로’라고 해놓고는 바로 뒤에 이어 그간 해왔던 주인공들의 장난스런 멘트와 똑같은 톤으로 ‘키리슈~’라고 한다. 매회의 제목은 한번에 끝나는 법이 없다. 마지막회를 다시 예로 들면 처음에 분명 ‘굿바이 메세지는 이별의 말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라고 해놓고는 바로 밑에 ‘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리는 식으로 던져줌으로써 영상이 끝날때까지 짐작은 하지만 단정은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게다가 수많은 오마쥬와 패러디들(심지어는 전차남까지도), 키리야마가 사건을 해결할 때 안경을 벗는 동작, ‘다레니모 이마센요 카드’의 F버전, 키리야마의 이야기를 매회 마지막에 자신의 이야기로 가져가는 ‘쥬몽지’의 민폐까지도. 그러니까 시효경찰은 아마도 그런 코드를 이용해서 하나의 트렌디 코드를 만드려고 했던 것 같다. 드라마는 트렌디의 소비형태임을 각인시키는 정형화된 사회 인식을 뛰어 넘어서 말이다. 아니면 정말 ‘취미’였는지도.

덧. 그래서 잼있고 게스트도 멋지다. 보면 볼수록 아소 쿠미코 너무 이쁘고 연기도 잘한다. ㅠㅠ
게다가 2회에는 이케와키 치즈루의 수영복입은 모습도 볼 수 있다. 와~~


                                      [이것이 바로 다레니모 이마센요 카드의 F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