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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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김태수 / 연출 : 손남목 / 두레홀 1관

내가 두레홀에서 본 세번재 작품. 이 작품은 10년전의 원작을 재구성했다고 한다. 연극을 보는 동안 그런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 연극이 솔직히 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이 연극에 대해 손꼽아줄 수 있는 것은 역시 나이든 연극배우의 무게감이다.

두레홀에서 두번째로 본 연극 <염쟁이 유씨>는 대단히 높은 완성도의 1인극인데 <뉴 보잉보잉>을 보고 두레홀이 조금 대중적이라 생각했다면 <염쟁이 유씨>는 조금 색다른 연극축에 속한다. 마찬가지로 <옥수동에 서면…>은 스토리 특성에서는 <뉴보잉보잉>과는 다르지만 그 근저에 있는 코드가 대단히 대중적임을 보았을때 오히려 극의 분위기는 <염쟁이 유씨>보다는 <뉴보잉보잉>과 같은 느낌을 준다. 그렇지만 <옥수동에 서면..>은 열쇠쟁이 주연을 빼고는 나머지 젊은 배우들의 연기가 기대에 못미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1인극의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주연인 열쇠쟁이 영감의 연기는 탁월하다.

탁월한 1인의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옥수동에 서면..>은 이제 너무 흔해져버린 스토리이기 때문에 그다지 감동을 받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오히려 영화 <타짜>와 같은 대중적인 코드와 함께 연극의 완성도를 추구하는데에 실패한듯 한 느낌마저 들기 때문에 그렇게 좋은 점수를 주기에는 어려울 듯 싶다. 특히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이런 느낌은 강렬해지는데 연기자의 부조화와 너무나 익숙한 스토리텔링 때문에 지루할 수 있다. 그래도 하나 건진 건 이 연극을 보고 났더니 사진기 들고 옥수동 꼭대기 까지 한번 올라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