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드라마] 마녀유희

SBS 수목 드라마 마녀유희 (2007년 3월 21일~2007년 5월 10일) 연출 전기상 / 극본 김원진


코미디를 위한 로맨틱 코미디.

엄연히 마녀 유희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이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는 예사롭지 않은 만남을 시작으로 두 주인공의 신분의 차이, 외모의 차이, 재력의 차이 등등을 보여주면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만남을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그리고 그 둘의 주변인물들이 언제나 조연급 이상의 비중으로 등장하는데 그 둘을 방해하려 하는 라이벌이나, 그들의 만남을 지원하는 제 3자 들 등 전형적인 패턴이다. 드라마 ‘마녀유희’는 그런 장르적 특징에 아주 충실하게 적응하고 시작했다.

중국집 아들이자 요리사 지망생, 곧 ‘백수’라는 의미이다. (그것은 로맨틱 코미디의 수준의 능력-의학도-을 유지하면서도 주인공의 능력과 현실과의 타협 정도로 해석된다.) 그래서 소득이 전무한 무룡은 사고로 인해 유희와 악연을 이어가고 빚도 지게 된다. 그런 그가 요리사 지망이라는 사실과 유희에게 당장 필요한 존재가 가정부라는 사실은 무룡과 유희가 한 지붕 아래에서 생활할 수 있게 만든다. ‘마녀’ 유희를 부드럽게 바꿔가는 무룡. 이 과정이 바로 드라마의 이야기이다.

솔직히 많은 로맨틱 코미디가 그러하듯이 설정과 이야기의 신선함은 전혀 없고 전형적이다. 하지만 영화화 되거나 드라마화 되는 요즘의 로맨틱 코미디들은 최소한 직접적 특징이나 설정적 특징을 들고, 한마디로 껍질과 포장만 바꾸어서 상품화하고 있다. 그러나 ‘마녀유희’는 이런 최소한의 하한선마저도 거부한 전형적인 새로울 것 없는 드라마이다. 1회에서 보여주는 오프닝 시퀀스는 어디까지 흉내 낼 수 있는가 하는 사회적 기대치에 대한 모범 사례이다. 직장에서 등장하는 유희가 하는 행동들과 그것을 두려워하는 사원들의 모습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설정을 꼭 빼다 박았다. 또한 ‘앨리 맥빌’ 같은 미국 드라마에서 이미 써먹은 애니메이션은 새로울 것 없는 기획의 한 예이며 좌충우돌하는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기존의 연애 드라마와 시트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래도 답습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에피소드 별로 수많은 사건이 난무하지만 1회에서 5회까지 이야기의 큰 줄기와는 그다지 상관성은 없고 스토리 늘리기에 급급한 전형적인 드라마이다. 그래서 자꾸 보고 있으면 로맨틱 코메디가 아니라 코메디를 위한 스토리 같다. 차라리 원작 소설의 등장인물을 모두 그대로 유지하고 거기서 스토리를 파생했으면 좀 더 신선한 기획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완전히 악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마유희와 아무것도 모르는 무룡이 더욱 자극적이고 신선했을 것이다.

캐스팅은 마치 성장해나가는 배우들을 보는 듯싶다. 1회 및 2회에서 보여주는 마유희의 모습은 전형적인 한가인의 모습이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배우라면 응당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어야 하는 캐릭터를 아주 부자연스럽게 만듦으로써 캐릭터의 몰입을 방해한다. 특히 거의 들리지 않는 마유희의 발성은 타도할 대상이며, 항상 웃고 있는 승미 역의 전혜빈도 갈등의 모습은 부자연스럽다. 하지만 4회를 넘어가면서 모든 인물이 변해가는 과정에서 마치 참모습을 찾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이 드라마의 장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성장의 과정에서 이미 지쳐버린 시청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마유희의 변신과정을 시청자들과 함께 따라가 보면서, 사랑은 외모지상주의, S라인의 유혹에서 되는 것이 아니라 진실되고 성숙한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자명한 화두와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리 멀지 않음을 다시금 공감하고자 한다’라고 기획의도는 말한다. 하지만 의도와는 동떨어져 보이는 드라마의 내용은 어떠한가? 사랑은 외모지상주의, S라인의 유혹에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데 그 누가 외모지상주의로서 연애를 하는 등장인물이 있으며, 그 누가 S라인의 유혹을 갖지 않은 등장인물인가. 그리고 진실되고 성숙한 마음이 도대체 어디에서 보여지는가? 다만,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리 멀지 않음을 다시금 공감하고자 한다’라는 구문만이 현재의 드라마에 가장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