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






문제는 ‘부동산’ 아닌 ‘토지공개념’, 이 바보들아!
[토지정의 논평] 정치권은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으로 개헌을 추진하라

좌(左)와 우(右)를 넘나드는 정치권의 ‘토지공개념’ 언급
 
고영근

최근 정치권에서 개헌과 관련해 토지공개념 언급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최근 1년 내 토지공개념에 관한 굵직한 언급만 살펴봐도 대략 다음과 같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원은 지난 2006년 1월 말 당의장 경선과정에서 “시장 친화적인 부동산 공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헌법개정을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고, 얼마 전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천정배 의원은 2006년 12월 말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거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했으며, 열린우리당의 민병두 의원은 개헌과 관련해 “특위 차원에서 원 포인트 개헌에 플러스알파로 토지공개념을 검토하기로 했다.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개헌 과제 가운데 토지 공개념 도입이 국민 지지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또한 민주노동당의 노회찬ㆍ심상정 의원 등은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포함시키는 개헌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번 했으며,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은 지난 2월 9일 국회 대정부 질의 때 “`4년 연임제’ 원포인트 개헌보다 부동산공개념 개헌이 우선”이라며 “노태우 정권의 토지공개념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친시장적 부동산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 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제시하고 그것을 헌법에 명기(明記)하자는 주장을 해 온 우리 <토지정의>는 이러한 정치권의 토지공개념에 관한 일련의 발언을 크게 환영하는 바이다. 특히 위와 같은 일련의 발언들이 의미 있는 것은 토지공개념 언급이 ‘좌(左)’와 ‘우(右)’를 넘나든다는 데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부동산 문제 해결은 이념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부동산으로 고통당하는 국민들의 고충을 해결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모든 정치세력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여와 야를 떠나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은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는 한두 가지를 고치는 개ㆍ보수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제도와 인식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할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이렇게 중요한 토지공개념을 채울 내용에 관해서는 별 다른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 만들지 않은 토지, 인간의 삶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토지에는 ‘사적(私的) 개념’이 아니라 ‘공적(公的) 개념’을 적용하자는 것이 바로 토지공개념인데, ‘공적 개념’을 어떤 정책 수단을 통해서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개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토지정의>는 지금 전개되고 있는 토지공개념의 방향을 바로잡고, 정의와 효율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토지공개념의 정책 수단에는 무엇이 있으며, 헌법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명기(明記)할지에 대한 하나의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소유ㆍ이용ㆍ거래의 규제는 진정한 토지공개념이 아니다. 
 
토지공개념을 다루는 대부분의 기사에서는 “토지공개념은 개인의 토지소유권은 인정하지만 이용권과 수익권, 처분권을 국가가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토지공개념에 대한 개념정의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사실 현행 헌법으로도 이용권(및 이용과 결부된 수익권)과 처분권에 대한 제한은 충분하다. 불가피한 일이 아니면 토지의 이용과 처분에 관한 의사결정은 개인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것은 이용과 처분에 대한 권한을 개인에게 주면서, 즉 시장의 원리에 따르면서, 어떻게 공적 개념을 적용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토지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살필 필요가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토지문제는 토지불로소득 때문에 발생한다. 토지 보유나 매매 단계에서 불로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토지는 자연스럽게 이용의 대상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꼭 필요한 사람만이 소유하여 알뜰하게 사용한다. 투기목적으로, 토지불로소득을 얻을 목적으로 토지를 놀리거나 저사용하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 바로 토지문제의 발생 원인이 이러하기 때문에 토지에 대한 공적 개념 적용은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토지정의>는 이렇게 토지의 이용과 처분은 개인에게 맡기고(시장 존중)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데 집중하는 것(토지에 공적 개념을 적용하는 것)을 가리켜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라고 명명(命名)하고 있다.
 
따라서 1가구 1주택 이상 소유 억제, 거래제한과 같은 정책수단들이 토지공개념에 포함되는 것은 곤란하다. 소유를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원리에 맞지 않아 필연적으로 부작용이 발생한다. 토지불로소득을 제거하여 이용하지 않는 부동산은 소유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부동산 공개념’이 아니라 ‘토지공개념’이다.
 
토지공개념과 관련해 어떤 정치인(예를 들어 김근태, 김양수 의원 등)은 ‘부동산 공개념’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는데, 이 말은 적절하지 않다. 부동산은 토지와 건물을 합친 것을 말하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토지이지 건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건물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노후화 돼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토지는 위치가 좋으면 그 가치가 나날이 증가하고 그 증가하는 토지가치를 얻기 위해 투기가 발생한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가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서 발생하므로 공적 개념은 토지에 적용해야 하고 ‘부동산 공개념’은 ‘토지공개념’으로 정정되어야 한다.
 
‘부동산 공개념’을 ‘토지공개념’으로 고쳐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만약 부동산 공개념이라고 하면 건물에도 공적개념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에 공적 개념을 적용한다는 것은 건물에서 발생하는 이익도 문제 삼는다는 것일 텐데, 그렇게 되면, 즉 그 건물의 이익을 환수하면 건물의 신축ㆍ개축ㆍ증축과 같은 고용을 창출하는 생산 활동, 건물을 잘 관리하는 활동 등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용어는 본질을 정확히 드러낼 수 있는 것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의 구체적 정책수단: 패키지형 세제개혁과 토지공공임대제
 
그러면 토지공개념을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구현하는 정책수단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토지정의>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의 구체적 정책수단으로 ‘패키지형 세제개혁’과 ‘토지공공임대제’를 제시한다. 패키지형 세제개혁은, 토지보유세 강화를 중심 수단으로 하고 양도소득세와 개발이익환수제를 보조수단으로 하여 토지문제의 원인인 토지불로소득의 환수비율을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건물분 보유세, 거래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근로소득세, 준조세 성격의 의료보험료 등)은 낮추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한마디로 패키지형 세제개혁을 조세용어로 말하면 ‘증세와 감세의 창조적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토지불로소득의 기대가 줄어들기 때문에 투기는 사라지고, 노력소득에 대한 기대는 커지기 때문에 경제는 활성화된다. 
 
두 번째 정책 수단은 토지 비축 제도를 활용하여 국공유지를 확충하고 그곳에 ‘토지공공임대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토지공공임대제’ 하에서는 토지가 아예 국가와 공공의 소유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제도를 잘 운용하기만 하면 토지불로소득을 원천 봉쇄하고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수 있다. 최근 새로운 주택 공급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지임대부’ 방식은 ‘토지공공임대제’의 일종이다. 또한 토지공공임대제는 주택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공단에도 적용할 수가 있고, 신도시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토지투기 없는 토지임대형 공단, 토지임대형 신도시가 가능해진다.
 
이와 같은 정책 수단을 도입하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구현하면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화되기 때문에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이룰 수 있고, 부동산 문제 때문에 발생한 양극화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소되며, 부동산 문제에서 기인한 고비용-저효율 경제구조는 해소되어 저비용-고효율구조로 탈바꿈 될 가능성이 커지고, 도시 내의 노는 토지가 최선으로 이용되는 동시에 토지불로소득을 노린 무분별한 개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환경을 보존하는 데도 크게 도움을 준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의 헌법 명기(明記) 방법
 
토지공개념 정신을 우리 사회에 구현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헌법에 토지공개념의 정신과 구현 방법을 명기해 놓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느 정권이 들어와도 토지공개념을 후퇴시키는 쪽으로 정책을 집행하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이제 토지투기를 통해서는 돈 벌기 어려워졌구나, 노력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다.
 
제도는 물길과 같다. 물길을 제대로 만들면 물 피해를 줄이면서 물을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처럼, 토지불로소득을 줄이는 제도를 설계해 놓으면 국민들의 의식은 자연스럽게 변화되어 갈 것이다. 다시 말해, 국민들의 의식은 불로소득이 아니라 노력소득을 추구하는 것으로 서서히 전환된다는 것이다. 
 
하여 <토지정의>는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을 국가의 최고의 규범인 헌법에 명기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명기한다면 헌법 제122조에 아래와 같은 근거를 두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 될 것이다.
 
□ 헌법 122조[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 ①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를 효율적이고 균형 있게 이용ㆍ개발ㆍ보전하고 투기를 방지하기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토지공개념 등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구체적인 수단은 시장 친화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아울러 토지와 천연자원에 관한 원칙을 선언한다는 의미에서 헌법 119조에 다음과 같은 제3항을 추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헌법 119조[경제 질서의 기본, 규제와 조정] ① ② 생략
③ 국가는 토지와 천연자원으로부터 소유자의 생산적 노력 및 투자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이익을 환수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치권은 토지에 적용시킬 공적 개념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국민들이 호응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 ‘개혁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접근하지 말고, 민생문제와 경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한다는 마음으로 이 주제를 다루기를 바란다. 그리고 고민의 방향은 당연히 소유를 규제하는 반(反)시장적인 방향이 아니라, 토지불로소득 환수에 집중하는 시장친화적인 방향이 되어야한다. 토지공개념에 대한 정치권의 보다 진전된 논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