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야기] part #2 – Bubble
고려대학교에는 2003년 11월 현재 개인적으로 좋게 생각하는 바가 몇개 있는데 그중 나에게 하나를 먼저 꼽으라면 버블을 꼽는다. 그중에서도 버블2 (지하는 버블1, 2층은 버블2)
앞선 루아우 이야기에서도 드러났듯이 사장님께서 워낙 잘 해주셨기 때문에 잊을 수가 없다. 지금도 간간히 가면 남자 바텐더 분이 나초나 오징어 땅콩등의 안주를 서비스로준다. ㅇㅎㅎ 어쨌든 여기는 원래 루아우를 알기 전 부터 알던 곳이다. 시간은 거슬러 2001년이었을 것이다. 99학번 모임을 버블이라는 이상한 곳에서 가졌는데 그때 지하-바블1 이었다. 당시 장소는 좁고 시끄러운 음악에 집중을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싫었지만 가격이 당시 수준으로 봤을때 워낙 혁신적으로 쌌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다. 이후 사장님이 추천하셔서 같은 가격에 더 좋은 루아루(같은 사장님이다 -_-;;)를 알게 되어 거기만 이용했었다.
루아우를 한창 이용할 때 사장님게서 바텐더를 많이 고용하신다고 정신이 없으셨다.그때가 바로 버블이 있는 그 건물 2층에 버블 2를 만들었을 때다. (지금은 응암에 버블 3이 있다. 버블 바 중에서는 제일 큰 곳이 버블 3 이다.) 루아우가 사라지고 이후에 찾아간 곳이 바로 버블 2였다. 버블 2는 루아우보다 2배정도나 큰 바였지만 그래도 아담하고 버블 1처럼 그렇게 시끄럽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른바 타협안으로 찾은 바였는데 이후에 바텐더들과 친해지면서 너무 자주 찾게 되었다. @@
버블의 매력은 원래부터 제공하는 알콜램프와 초를 비롯한 인테리어와 안주로 김과 간장이 나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루아우와 동일한 싼 가격에 양질의 술을 들 수 있다. 게다가 적립금 제도도 시행하고 있으니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말할 나위가 없다. 버블에서는 주로 데낄라를 마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내가 마신 데낄라는 모두 쿠에르보 에스페샬이었다. 아마 가격이 한병에 8만원인가 할 것이다. 원래는 작은 병이 있었는데 작은 병이 단종되면서 큰 병만 팔고 있다. 쿠에르보는 앞서 술 이야기-데낄라편에서 언급한대로 유명한 데낄라 제조회사이다.
데낄라를 마실때 가장 주의해야하는 주법이 바로 무엇과 함께 먹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이 쿠에르보 에스페샬은 데길라 치고는 싸고도 좋은 축에 속하기 때문에 편의점이나 할인점에서 4만원대에 쉽게 구할 수 있다. 이 점 때문에 처음엔 집에서 단순히 레몬과 소금으로 먹었는데 이제는 먹고 죽는 법을 알게 되었다. @@ 그 방법이란 레몬을 썰어 놓고 빈 접시에 커피 가루(냉동 건조커피도 상관 없다)와 설탕을 뿌려두고 데낄라 샷글라스에 데낄라를 가득 담아 바닥을 탁탁 치고 원샷! 그리고 쉴틈없이 레몬 한 조각 집어 커피가루 찍고 설탕 찍어 한입 베어먹으면 죽음이다. ㅠㅠ 어느 정도인가하면 언젠가 본인이 원룸을 얻었던 시절 현웅선군과 함께 집에서 800ml 짜리 쿠에르보 에스페샬 한병을 다 비웠는데 죽었었다. 한 두어잔 남겨놓고 있는데 모양들이 찾아와 문을 열어달라했을 때가 새벽 3,4시로 기억하는데 이때 내가 문열어주기 위해 웅선군과 같이 일어서다가 멀쩡했던 육신과 정신이 갑자기 나락에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 둘이서 갑자기 휘청하였던 기억이 난다. 이후 나는 엠에센에서 접속한 모든 여자에게 찝쩍거린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웅선군은 취하면 나오는 문자 돌리기로 많은 이들의 빈축을 샀다 한다.
어쨌든 이 데낄라를 몇번 그렇게 버블에서도 마셨는데 알바해서 돈 벌고 마신 어느날 내가 좀 취했었다. 30분동안 5잔을 스트레이트로 들이켰던 것 같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계산하는데 카드 긁고 서명하면서 오바이트를 했던 부끄러운 기억이 난다. (그래서 한 3달 동안 버블에 못갔더랬지 -_-;;;;) 그만큼 데낄라는 취하기 매우 쉬우며 쉽게 넘어가는 술이라 절제가 어렵다. 그래서 내가 아는 몇몇 분들은 데낄라 하면 치를 떠시는 분들이 있다. 자제, 그리고 자중을 부탁하는 술이다.
참고로 버블에서는 본인이 주문한 칵테일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데 얼마전 한 여자 바텐더 분에게 알렉산더를 부탁했다. 이번엔 브랜디나 위스키 베이스가 아닌 오리지날표 알렉산더인 진 베이스로 해달라했는데 완성된 칵테일을 코끝에 들이대는 순간 그 향이 감동이었다. 아.. 진도 이렇게 향이 좋을 수 있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원래 진토닉 같이 맛있는데 진만 스트레이트로 먹으면 꼭 영국 소주 같다 @@
이제 저녁 식사 후에 달콤한 향과 맛의 술이 필요하다면 버블에 가서 알렉산더 한잔을 주문하는게 어떠실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