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것이 좋아 (2007)

뜨거운 것이 좋아 (2007)
드라마 | 2008.01.17 | 114분 | 한국 | 15세 관람가 감독 권칠인



 

[뜨거운 것이 좋아]라는 영화는 제목과는 달리 그다지 자극적이지는 않은 영화이다. 스토리 자체는 사랑에 기반을 두는 스토리이면서도 아주 자연스러운 성(性)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성(性)의 이야기가 듣고 보기에 어색하다면 결코 즐길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의 이야기가 직장인의 사랑과 성(性)의 이야기였고, 또 수많은 청춘 드라마들이 젊은이들의 사랑과 성(性)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 영화는 세대간의 사랑(愛)과 성(性)에 대한 이야기이다. 40대의 사랑을 대변하는 이미숙 분, 2,30대의 사랑을 대변하는 김민희 분, 10대의 사랑을 대변하는 소희 분이 한 가족으로서 살아간다. 남편과의 이별 후 많은 사람들과 사랑(愛)없는 성(性)적 교류만을 지속해왔던 이미숙. 꿈은 있지만 현실에 고민하고, 정작 자신의 연애는 자기 자신 만큼이나 철없는 김흥수와 하면서도 자신이 쓰는 시나리오만큼이나 낭만적인 사랑(愛)과 성(性)을 꿈꾸는 김민희. 남자친구가 있지만 육체적인 교감은커녕 정신적 교감도 전무한 소희. 이 세 사람은 저마다 각자의 세대를 대변하는 여성들이다.

이미숙은 남편과 이별 한 뒤로부터는 자신보다 어린 남자들과 사랑(愛) 없는 성(性)관계만을 즐긴다. 철저하게 자신의 매력을 이용하며 남자보다 우월적 위치에서 모든 것을 주도하고 싶어했던 그녀에게 변화가 생긴다. 이미숙은 폐경을 맞이하면서 그 동안의 자신의 일상에 위기를 느끼기 시작한다. 적어도 틀리지는 않다고 생각해왔던 자신의 생활이 그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미숙이 폐경이라는 진단에 그렇게까지 흔들린다는 것은 그녀를 지탱해주던 것이 원시적인 (생산의 의미로서) 여성다움에 대한 것이지 결코 그녀가 잘나가는 여성이라거나 돈이 많은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폐경은 자신이 이제 생산적인 여성으로서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그녀가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정의가 곧 전통적인 생산의 의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 사랑을 나누는 남자는 그 동안의 남자들처럼 어리지만 그녀를 컨트롤 할 줄 아는 남자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 남자에 대해서 자신이 잃어버렸던 과거의 감정들과 함께 소녀적인 유치함에 질투심까지 보인다. 게다가 그녀가 그녀보다 어린 여성에게 보이는 질투심은 그녀가 여성으로서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 스스로 이루어 놓은 것이 아닌 궁극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젊음이기 때문이다.

김민희는 자신이 꿈꿔오는 이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현실 속에서 방황한다. 자신은 실제 생활에서는 현실적이 되어가지만 사랑만큼은 이상과 결부시키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녀의 애인인 김흥수는 그런 김민희가 부담스럽고 그녀에게서 얻을 수 없는 부족한 감정을 다른 여성으로부터 얻으려 한다. 결국 김민희는 자신의 현실적 타협이자 현실 세계의 이상형이라고 생각했던 남자와 자게 되고 프러포즈까지 얻게 된다. 누구를 선택하느냐라는 입장에 서서 그녀는 자신의 현실과 정에 따라 가장 큰 결정을 하게 된다.


 이십 대 후반에서 삼십 대 초반을 아우르는 캐릭터인 김민희의 캐릭터는 영화의 거의 핵심적인 캐릭터이다. 소희와 이미숙으로 연결되는 연결고리인 동시에 그 가족이 어떻게 그런 모습을 갖게 되었는가에 대한 과정, 혹은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가장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되어버린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영화에 가장 동화되기 쉬운 인물이 김민희일 것이다.


세 배우 중 가장 부적합하고 어색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어울린 소희는 마치 여고괴담2편과 같은 내용의 여학생들의 동성애를 그리는 캐릭터로서 등장한다. 어릴 적 자신의 동성 단짝에게서 이성에게 느껴보지 못한 연인의 감정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흔한(?) 기존의 스토리이기에 식상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식상함을 너무나도 뻔하게 드러내놓기에 가장 웃음을 주는 사랑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동시에 가장 불편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서로 각자의 일상을 보여주는 장면, 이미숙의 러닝 머신 운동, 김민희의 너무나 대책 없는 생활, 소희의 잔소리와 청소. 도대체 누가 제일 연장자이고 가정에서 역할이 무엇인지 그 장면 하나만으로는 짐작할 수 없지만 이 영화를 지치지 않고 계속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 장면만큼 그 동안 세 명의 여자들의 생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사랑을 제외한 일상에서의 그들의 역할은 그 장면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가족이 다시 보여지는 장면에서 그들의 공통점은 바로 뜨거운 사랑이 좋다는 이야기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