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 이후 우리나라엔 자본주의가 들어왔다. 1세기가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이다. 게다가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다시 시작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현재 우리의 경제력은 겨우 반세기 밖에 안 되는 기간 동안 이루어 낸 놀라운 업적이다. 하지만 급속한 성장은 많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성장의 과정에서 부정과 부패, 그리고 빈부격차의 심화는 필연적이라고 본다.
특히 빈부격차는 극단적으로 성장을 요구했던 당시 시대의 요구에 맞물려 효율적인 성장을 위한 자본의 집중에서 비롯되었다. 아담 스미스가 자유방임을 주장했을 때에도 그 결과로 파생되는 것이 빈부격차였다. 성장을 위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본의 집중을 꾀했던 우리나라에서 빈부격차는 심화되었다.
개인이 할 수 없는 철강, 자동차 등의 중공업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는 더욱 요구되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육성을 장려한 중공업은 규모의 경제가 매우 필수적인 산업으로 당시 우리나라에서 해당 산업에 뛰어들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필요했던 시기였다. 게다가 중공업은 많은 비용을 수반하지만 그만큼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었다. 중공업 중 자동차 산업에 꼭 뛰어들고자 했던 삼성을 기억한다면 기업이 얼마나 중공업을 필요로 하는가를 잘 알 수 있다.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인 분야일수록 좀 더 쉽고 확실한 성공을 위해 기업들은 정치권에 돈을 쏟아 부었다. 그런 잉여 돈은 다시 부동산으로 흘러들었고 상승하는 땅값은 돈 없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집을 갖고자 하는 소원이 점점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이제는 부동산 소유 자체가 빈부격차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이처럼 성장 위주의 정책은 탑을 건설하는데 있어 빠르게 만들어 줄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 토대가 부실하기 이를 데 없다. 일례로 세계에서 가장 빨리 완성했다고 자랑스러워하던 우리의 경부고속도로는 세계 최고, 최다의 보수비용 또한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성장을 부르짖던 시기에 눈앞에 닥쳐온 IMF 시대를 잘 알고 있다. 지금도 우리는 IMF의 위기에서 신음하며 불황이라고 속닥거린다. 이 모든 것은 성장위주의 경제 정책이 바로 부실공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눈을 돌려 성장과 안정에 균형을 맞추어야한다. 빈부격차의 심화는 필수적으로 사회적 위화감과 그에 따르는 안전 보장 등의 부대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낭비와 심리적 불안, 사회적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라도 성장과 안정의 균형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경유착 등으로 발생한 부패도 당연히 근절되어야 한다. 정경유착이 모두 가진 자의 게임이라 생각한다면 그들의 부패는 정치권력이라는 기득권에 만연해 있기 때문에 더욱 필수적이다. 또한 부동산 문제도 서민의 안정적인 주택수급을 위해 해결되어야 한다. 특히 부정, 부패와 부동산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닐뿐더러 궁극적으로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청렴이 바로 좋은 제도로의 개선이 될 수 있으며, 또 좋은 제도의 좋은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완성했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거탑과 차근차근 쌓아 올리지만 무너질 위험이 없는 거탑. 어느 것에 투자하고 집중해야할지는 자명하다. 더 이상 부실한 공사로 다수의 삶을 파괴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