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Star Wars: Episode III – Revenge Of The Sith)


스타워즈 시리즈의 결정판인 ‘에피소드3 – 시스의 복수’는 수많은 평론가들의 말대로 포스트 트릴리지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는 그 동안의 작품들-에피소드 1,2 에 비해 알려진 이야기나 준비된 아야기가 충분했음을 증명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기존에 설정된 황제의 이야기라던가 클론의 이야기들, 제다이 종말의 이야기 등의 결말과 함께 다스베이더의 이야기, 에피소드 4,5,6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의 시작이 공존한다는 의미에서 가장 풍부한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다. 이정도의 풍부한 이야기라면 늘어놓기 전에 제풀에 지쳐 쓰러질만도 한데 다행스럽게도 조지 루카스는 그렇지 않았다. 무난한 스토리 텔링과 그것을 극복하고도 남는 최고급의 비주얼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3이 SF 영화이자 CG 영화로서 가지는 정점을 극명하게 표현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의 신화를 대변해주는 자신감에 있다. 건국 신화의 부재를 문화와 사회에서 찾으려는 그들에게 가장 필요 했던 것은 허구일지라도 자신들이 꿈꾸던 신화에 가장 부합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으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인간이 달에 착륙하기도 전에 이미 우주를 소재로 하는 영화가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SF의 결정적 시발점은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이나 ‘스페이스 오디세이’에는 인류적인 발상이 들어 있었다. 특히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근본적으로 우주에 대한 성찰이라기 보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성찰이기 때문에 아무리 미국인들이 스탠리 큐브락의 영화를 좋아한다고 할지라도 ‘스타워즈’가 가져다 줄 영향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스타워즈는 조지 루카스의 유아적인 상상력에서 비롯되어 영화화되었으며, 조지 루카스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탁구대 등을 이용해 특수촬영을 하고, 수많은 시각적 눈속임으로 당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영상의 한계를 최대한 끄집어 내었다. 아마도 팰퍼틴 황제의 필살기 라이트닝은 바로 당시의 비주얼 기술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기술은 포스의 선과악을 떠나서 비주얼적으로 멋있고 노동력이 적게 들어 쓰기 쉽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우뢰매에서 에스퍼맨과 데일리도 쓰는 대중적 기술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당시 에피소드 1,2,3으로 개봉한, 현재 에피소드 4,5,6은 전쟁, 선과악의 대립, 영웅의 탄생, 국가의 건립 등등등 신화가 가져다 줄 수 있는 요소라는 요소는 모조리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 텔링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연령층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현재 미국의 기성세대들은 스타워즈를 보고 자라난 이들이다. 스타워즈에 매료되고 그것을 자신들의 신화로 여기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이 우주를 지키는 방패와도 같은 존재이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운명같은 책임들을 의식하게 만들어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20세기에 새로이 나타난 새로운 트릴로지 시리즈인 에피소드1, 2,3은 기존의 신화에 감히 접근해서는 안되지만 신화의 근거를 좀 더 깊게 해주려는 의미는 아닌 것 같다. 새로운 트릴로지 시리즈는 비록 기존의 트릴로지 이전의 이야기를 스토리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트릴로지가 이루어내었던 신화가 지금은 어떻게 변모해왔으며 현재 그 트릴로지가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가 인식지켜주는 확인 작업이면서도, 현재 미국의 능력에 대한 확증이다. 이는 단순히 영화가 나중에 찍혀졌음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분명 30년 전의 이야기보다 앞선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기술력의 진보를 숨길 수 없는 현재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새로운 트릴로지는 과거의 이야기를 언급하는 단순히 오리지널적 버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이야기를 어떻게 현재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이야기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이다. 그리고 그 대답은 비주얼이 대신한다. 과거의 트릴로지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이국적이며 세련된 유려한 비행선들과 패션들, 기술력의 한계로 그려내지 못했던 우주 전쟁 등은 기존의 시리즈를 모르던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과연 에피소드 4,5,6의 이전 이야기라고 믿게 만들 수 없지만, 기존의 시리즈를 신화로 여기던 사람들에게는 바로 이것이 자신들의 신화, 그 이전의 이야기이며, 현재에 어떻게 그 이야기를 풀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이다.

에피소드3이 6개의 스타워즈 에피소드 중 가장 큰 비중을 둘 수 있는 점은 바로 이러한 스토리 텔링과 비주얼에 기인한다. 신화의 완결이자 확인의 죄종버전이며, 현재 미국의 능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기본적인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다스베이더가 되어버린 아나킨 스카이 워커에 슬픔을 느끼다가도, 아나킨에게 다스베이더의 상징인 감은 헬멧이 씌워질 때. 그리고 새로운 트릴로지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듣게 되는 다스 베이더의 음성을 들으면 짜릿한 전율을 느끼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다스베이더의 유니폼이 에피소드 1,2,3의 그 어떠한 의싱보다 아무리 구려도 상관없다. 그것은 기존 신화에 대한 확인이자 확신이기 때문에 변동될 여지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윤기가 좔좔 흐르는 다스베이더의 유니폼은 아무리 구린 디자인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그 이야기의 끝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윤기를 이해하고, 향후 4,5,6을 다시 보면서 검지만 빛바랜 다스베이더의 유니폼을 보게 되더라도 그 윤기의 변질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