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공포연극 – 죽이는 이야기
결론적으로 이 연극은 거의 공포스럽지 않다. 공포스럽다기 보다는 희극에 가까울 만큼 재미있는 장면들을 선사한다. 공포의 가장 극적인 부분이 오감에 의존하기 보다는 인간의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안다면 이 연극이 주는 공포스러움은 스토리 보다는 분위기와 후각, 시각, 청각의 감각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특히 아직도 무섭다고 생각되는 영화 <샤이닝>에서 도끼로 내려치는 장면을 포함하여 마지막 장면까지 무서운 장면들이 왜 무서운지를 깨닫는다면 이런 이유는 쉽게 알 수 있다. (샤이닝은 보고나서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무서운 영화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청각적인 요소나 시각적인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거나 약하게 되면 심야공포연극은 공포를 전혀 가져다 주지 못한다.
연극에서 보고 싶은 것은 살아있는 생생함과 더불어 연극만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상상력을 모두 포함하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심야연극의 상상력은 합격점을 주기에는 어렵지 않나 싶다. 총 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연극에서 가장 관객의 반응이 좋았던 극은 1,3 에피소드였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관객이 기대한 바 그대로를 이야기해주는 에피소드였으며 세번째 에피소드는 분위기에 입각한 청각적 요소를 마음껏 이용한 에피소드였다. 가장 재미가 없었던 두번째 에피소드와 세번째 에피소드를 비교한다면 두번째 에피소드의 움직임과 대사가 세번째 보다 훨씬 많지만 재미가 덜하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두번째와 세번째 에피소드의 스토리는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었으나 세번째가 단연 반응이 좋은 이유는 암전을 통한 관객의 상상에 기댄 부분이 컸다.
관객은 쉽고 편한 스토리를 원히지 않는다. 심야 공포를 찾은 관객이라면 누구나 그 공포를 즐기고 싶어할 텐데 그것이 자신의 상상과 다를바 없거나 예측가능한 스토리라면 무엇이 관객을 무섭게 하겠는가? 마치 마술처럼 무엇인가 상상을 초월하는 스릴, 무대와 장치를 마음껏 이용한 연출, 상상이 불가능한 스토리 라인, 다시금 곱씹을 수록 더욱 다가오는 무서움. 이 모든 것이 공포를 주는 요소다. 극단 여름사냥이 대한민국 최초로 연극 무대에 공포를 도입했다고는 하지만 공포라는 요소가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면 앞으로 심야공포연극의 미래는 밝지만은 않은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