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이야기] 트립합 Trip Hop

네이버 지식 검색에서 퍼옴 =.=;;;
이런 식의 문투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트립합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글.
참고로 트립합은 트릭키같은 가수들이나 유희열의 길에서 만나다를 예로 들 수 있군요.


Toy (유희열) – 길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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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의 수많은 서브장르 중에서 과연 얼마나 우리에게 소개되었고 특히나 그것들을 모두구분할 수 있는 명쾌한 잣대가 제대로 제시되어 왔는가? 음악이건 광고건 테크노풍 일색인 이 세상의 모습. 죄다 몸뚱아리 흔들어 대기 바쁜 나머지 그리고 너무도 도리짓을 많이해서 그나마의 얄팍한 허위들 마저 송두리째 날려버리고 있다. 그리고 잡식성은 또대단해서힙합복장에 허리를 돌려가며 헤드뱅잉을 하고 있는 우리의 음악문화.

이것은 단순히 음악을하는 사람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평론가 그리고 청자들에게도 해당되는 중죄이다. 너무 비약하는 것이 아니냐고? 그렇다 난 개뿔도 아닌 것을 과대포장해서 싸잡아 욕하고 있다. 그만큼 난 테크노를 저주하며 혐오한다. 그런데……하지만 그 테크노라는 음악장르에도 꽤 괜찮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멍청하게도 뒤늦게 깨달았다. 그 괜찮은 것이 뭐냐?

바로 ‘TRIP-HOP’이다.

제 아무리 테크노가 유행한다고 해도 트립합이라는 서브장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몇이나 될지 또 그 음악의 깊이 또한 얼마만 큼 헤아릴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 필자의 글을 통해 그래도 조금이나 다수의 사람들에게 소개되기를 희망하고 바람하며, 부족하고 현명하지 못하더라도 몇 자 긁적여 보려 한다.

자! 여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럼 일단 LSD나 그 비슷한 약물 하나를 준비해 두는 것이 좋겠다. 구하기가 힘들다면 본드나 가스를 흠뻑 마셔대던가. 그러기가 껄끄럽다면 미친 척하고 읽어줬으면 싶다.

TRIP-HOP이란 무엇일까?

TRIP이란 단어의 본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여기서의 TRIP은 약물을 하고 난 뒤의 여러가지 체험을 의미한다. HOP은 힙합에서의 그것과마찬가지로 이해하면 좋을 듯 하고 (HOP이란 단어에도 약물의 기운은 ~아!) 테크노의 서브 장르니까 그 기법이 사용되어 있을 것은 당연한 것이고 HOP이란 것을 떠올리면 힙합의 다른 형태라고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큰 틀은 이정도로 잡아두자.

트립합이 태동한 시기는 1994년 (본인은 91년..) 영국의 저명한 음악잡지 믹스매그(MIXMAG)지에서 94년 6월호에 DJ SHADOW, DUST BROTHERS, 그리고 MASSIVE ATTACK의 새로운 음악형태를 논하기 위해 사용된 트립합(TRIP-HOP)은 이후에 일반적인 장르명으로 정착하기에 여러 고초를 겪게 된다. 단어의 모호성과 불투명한 음악스타일의 부적절성이 문제시 되어 장르명의 생명력이 종말을 고하게 될 위기에도 여러번 마주하게 되고 그 논쟁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트립합을 감정하는 데에 있어서 우린 보다 입체적인 시각을 지녀야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여기서 다루지는 않기로 하자. 이런 일화가 어찌 처음이었던가.

(ALTER도 그랬고..) 정작 문제가 된 것은 평론가들이 아니라 뮤지션들이었다. 막상 자신들이 하는 음악스타일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까대는 것이 어찌 좋으랴. 그들은 힙합을 한다고 하는데 듣는 사람들이 새로운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하지만 이것 역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저널리즘의 영향력과 그 파급효과를 당해낼 자 그 누가 있을까. 그 태동의 시기와 어원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뿌리부터 살펴보는 것은 트립합을 이해하는 데 우선시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그 배경은 무엇일까? 지역적으로 우린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도시가 있다. (그리 쉽진 않군) GRUNGE가 시애틀의 자식이라면 트립합은 브리스톨 (BRISTOL)이원산지이다. 런던의 남서부에 위치한 규모가 꽤 큰 항구도시로써 일찍이 대영제국시절부터 식민지와의 교류에 있어서 중심 거점 역할을 담당한 도시만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이 되고 있다.

특히나 한 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서인도 제도 (특히 자메이카)의 이민집단이 이 곳에 정착을 하면서 브리스톨을 영국내에서 레게(REGGAE)와 덥(DUB)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 레게야 모두들 대충의 의미는 이해하고 있으나 덥에 대한 소개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덥이란 일종의 인스트루멘틀 레게 정도로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본래 의미의 덥은 레게에 한정되지 않고 보컬이 배제된 채 점층되는 리듬 위주로 운영되며 보이스가 첨가되더라도 특수한 효과를 첨부하여 리듬 트랙에 끼워넣기 식으로 혼용된다고 한다.)

레게와 덥의 음악적 특성상이라 할 수도 있고 영국내의 타도시들과는 달리 브리스톨 안에는 댄스 클럽이 발달되지 않았다. 대신에 사운드 시스템(SOUND SYSTEM)이라는 형태로 여러명의 DJ가 하나의팀을 이루어 파티를 열고 때로는 음반을 발매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특히나 레게와 덥이 그 주류를 이루었고 거기에 테크노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트립합의 토양을 쌓기에 이른다. 그 새로운 토양에 몇 가지의 익숙한 씨앗들이 첨가됨으로써 마침내 트립합의 틀을 갖추게 되는데 그 친숙한 씨앗에는 꽤 많은 장르의 이름이 언급된다.

‘펑크’에서부터 ‘소울’ 또는 재즈적인 분위기 (이를 전자비트에 얹는 형태의 음악을 그루브라 한다 )를 섞기도 하고 ‘트립합’의 실험적이고 심미적인 모습은 ‘앰비언트’에서 그 영향을 느낄 수 있다. ‘매시브 어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넬리 후퍼'(프로듀서이자 SOUL II SOUL의 멤버) 때문인지 ‘브리티쉬 네오 소울’도 적지 않은 내음을 풍긴다.

작곡 방식에서는 프리스타일 랩 (FREESTYLE RAP)계열의 (ARRETEDDEVELOPMENT, PM DWAN)영향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결정적으로 덥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레게 비트를 축으로 하는 덥과 힙합의 브레이크 비트가 바탕이 되는 트립합은 토대가 되는 비트를 제외하고는 매우 흡사한 경향을 띄고 있다.

이렇듯(아티스트마다 그 영향력의 차이는 뒤에서 따로 다루겠다.) 트립합은 그야말로 다양한 사조의 변형내지는 접합물인 것이다. (이러한 요소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절대로 이 글만으로 인식되는 것은 아닐게다. 직접 들어봐야 할 터인디.

그렇다면 그 많은 장르에 대한 정확한 이해란.? 아..) 마치 시대의 사생아 ‘ALTERNATIVE’의 크로스오버적인 모습과 세기말에 어울리는 돌연변이 식의 장르로써 인식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런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트립합의 대표적인 아티스트를 살펴보아야겠는데..

그전에 우리가 알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트립합안에서도 두 가지 계열로 나눠져 있다는 것을. 그 하나는 계속적으로 언급될 ‘브리스톨 사운드’ 와 조금은 생소할 ‘MO-WAX’ 레이블 사운드인 것이다.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브리스톨 사운드의 아티스트은 뒤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것이므로 여기선 생략하고 MO-WAX레이블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하는 것이 나을 듯 싶다.

트립합의 사실상 브리스톨과 모왝스로 양분되는 것은 아니다. 모왝스는 반브리스톨(그렇다고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성격이 다르다는 의미) 사운드 중에서 대표적인 레이블이라 이렇게 나눠지고 있는 것이다.

이 모왝스레이블은 브리스톨과는 달리 런던을 원산지로 둔다. 92년 19세의 나이로 모왝스를 설립한 제임스 라벨(JAMES LABEL)은 본래 비트 중심의 힙합, 테크노와 재즈의 결합에 주로 관심을 가진 DJ였는데 후에 실험적 애시드 재즈, 테크노, 덥 그리고 힙합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들을 레이블에 소속시키면서 통상적인 부류에 해당되는 이 장르에 속하게 된다.

라벨의 장르를 바라보는 진보적인 관점과 실험정신의 결합이 브리스톨과는 또다른 형태의 트립합을창출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논쟁하는 바가 지배적이다. 다분히 앰비언트적인 요소가 강한 모왝스 사운드를 트립합의 틀에 맞춘다는 것은 약간은 억지 스럽다고는 하는데 그리고 레이블 당사자들도 이를 거부하고 있으니 그 논쟁은 쉽사리 끝나지는 않을 듯 하다. )

브리스톨 사운드가 보컬이 있다는 점과는 달리 거의 대부분이 인스트루멘탈이고 10분이 넘는 대곡도 심심치 않게 발표한다. 계속되는 음악실험은 음반판매와 반비례 곡선을 낳고 있지만 그래도 새로운 분야개척에 만족감을 드러내는 라벨이 있었기에 오늘날 모왝스가 세계적인 레이블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고하신 하세민씨의 평을 빌리자면 서서히 그 자취를 감추고 있는 프로그레시브의 부활을 트립합에서 찾아볼 수 있다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실 오늘날 이런식의 음악실험과 진보적인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독립장르가 있을까?)

모왝스의 음반은 사실 국내에서는 수입반으로만 즐길 수 있다. 일단 트립합에 대한 얇은 수준의 인식이 첫번째이고 상업적인 궁합이 맞지 않은 것이 더 큰 이유가 되겠다. 그래도 힙합 내지는 테크노를 좋아한다면 DJ SHADOW나 DJ KRUSH정도는 들어봤으리라 이외에도 HOWIE B와 MAT DUCASSE가 결성한 SKYLAB, BEASTIE BOYS의 키보디스트로써 발군의 실력을 선보인 MONEY MARK가 모왝스를 빛내고 있는 아티스트이다. 모왝스와 그나마 어깨를 견주는 레이블로 NINJA TUNE도 COLDCUT, DJ FOOD, DROME, THE HERBALIZER같은 여러 아티스트를 보유하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외에도 우리에게 그나마 트립합이란 이름을 달고 나오는 친숙한 아티스트로는 MONO( 위대한 유산사운드트랙 )와 의외로 호평받고 있는 DEATH IN VEGAS정도가 있겠다. 자 한 숨 쉬어보자. 이렇다할 눈부신 필체도 찾아보기 힘들고 더욱이 독자들에게 최상의 지루함만을 제공하고 있으니.. 하지만 지금부터 딱 10분만 참고 읽어주길 바란다. 난 그래도 꽤 방다한 자료와 내 지식을 최대한 압축하고 있는 것이다.

음… 그렇다면 트립합의 특징은 무엇인가?

모왝스와 브리스톨의 어떠한 교류도 없었다는 점을 떠올렸을 때 과연 두 계열이 어떤 점으로 트립합이라는 틀에 같이 갖히게 되었을까?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고 MC가 없는 변형된 힙합인 모왝스의 특징과 소울이나 ‘레어그루브’의 영향과 MC대신에 보컬리스트가 그 자리를 메꾸는 브리스톨의 차이점은 확연하다. 하지만 변형되고 느린 템포의 힙합비트를 토대로샘플링과 다양한 이펙트를 이용하는 점은 매우 흡사하다. 부각되지 않은 보컬이나(몇몇 그룹은 큰 차이를 보이지만) 삼키는 듯한 래핑도 그렇고 음악외적 요소들의 첨가 같은 인더스트리얼적인 요소도 포함되는 특징이 된다.

그리고 트립합이 테크노의 서브장르이면서도 뮤지션 모두가 힙합 추종자라는 점은 눈여겨지는 부분이다. 특히나 그 뮤지션들 모두가 힙합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미국 흑인이 아니란 것이다. 제임스 라벨이나 DJ 새도우 그리고 포티셰드의 멤버가 모두 백인이며 DJ 크러쉬는 일본인이고 트리키와 매시브 어택의 멤버들은 영국흑인(혹은 혼혈인)이다. 트립합 뮤지션들이 오늘날의 주류 힙합, 즉 MC나 래퍼가 전면에 나서는 것과 상당히 다른 형식의 음악을 추구하게 된 데에는 태생적인 배경을 무시할 수 없다는 신현준(평론가)씨의 견해는 정확한 지적이다.

영향이야 주류 힙합으로부터 받았겠지만 직접적인 뮤지션들과의 교류나 접촉이 부족했고 사운드 시스템이라는 덥 중심의 독특한 문화를 통해 변종되고 실험적인 사운드의 창출이 가능했던 것이다.

테크노가 그러하듯 트립합 역시 각종 음향장비의 비약적인 발전이 큰 공로자이다. 1990년대 초반에 이르러 일정한 수준을 달성하게된 샘플러와 시퀀서를 비롯한 전자악기들의 적극적인 활용시기와 트립합의 태동시기가 묘하게 맞물린다. 이러한 이유로 디제이의 존재가 힙합과는 다르게 전면에 나서 부각될 수 있었던 것일게다.

이 외에도 몇가지의 특징을 더 대자면 저음의 베이스 음색이 지배적인 것과 가사가 있는 경우에는 사회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인간 관계에서 비롯되는 여러가지 소외와 좌절, 절망 등 부정적인 측면을 조명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트립합 대부분의 어두운 분위기를 더욱 부추기게 한다. 어둡기 때문에 그리고 느러지기 때문에 춤추기 위한 음악이라기 보다는 감상용에 가깝다. (그렇다고 편안히 감상하기는 쉽지 않을 듯) 그리고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브리스톨 사운드 같은 경우에는 보컬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왜 여성들일까라는 적절한 근거는 없지만 비운의 그리고 절망의 뉘앙스와 여성들의 음색은남성들의 그것보다 더욱 효과적인 듯 보인다. 필자의 흥미로운 발상도 몇 가지 적어보겠다. 비트만을 놓고 볼 때필자는 ‘데스메탈’과 ‘둠메탈’과의 관계를 트립합과 쉽게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종일관 몰아치는 ‘데스’와 처절하리마치 질질 끌어대는 ‘둠’은 물론 극과 극으로 구분되지만 주류힙합과 트립합도 BPM수치를 놓고 볼 때 앞의 두 장르와 비슷한 연관성을 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