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06

어제는 수능 시험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동생이 또 수능을 본다고 하니 이젠 지칠때도 디었지만 그래도 혈육인지라 잘보길 바랍니다.

수능 하니 제가 수능을 보던 그때가 생각나네요.
저는 수능을 두번 봤습니다.
그렇다고 재수는 아니고 과도 마음에 안들고 학교도 싫어서 수능을 한번 더 봤더랬습니다.
그런데 두번째 수능은 실패할 거라는 예상을 충분히 했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으니까요 ㅡㅡ;;;

그나저나 저에게는 첫번째 수능이 최고의 기억으로 남습니다.
저는 고3이 되면서 정말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그렇게 자주 보던 영화, 혼자서 영화관 옆에서 파는 고기 만두와 음료를 싸들고
영화관에서 조조로 조용히 봤던 기억들이 새록새록납니다. ㅠㅠ
이 영화마저 타이타닉 단, 한편만 봤더랬습니다.

3,4,5월은 정말 절정의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모의고사 성적은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비평준학교인데 전 1학년때 너무 잘하다가 2,3학년때 따라잡힌 스타일이지요 @@
그렇게 열심히 하고서도 심지어 반에서 10등을 한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얘기가 우습겠지만 두자리 등수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_-;;;

그런데 그때 그 모의고사 성적표를 보시고도
예전과는 달리 아무 말씀도 않고 저만 믿으신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적잖이 당황했지만 그때 그 덕분에 저는 기죽지 않고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생각합니다.
제 모의고사 성적은 이후로 나날이 좋아져 2학기때는 모의고사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수능 전날.
정말 떨렸습니다.
하지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평소와 같이 행동했습니다.
그게 유일한 위안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외적인 행동과는 달리 신경은 정말 곤두섰지요.
실제로 저는 고3때 신경성 대장염에 걸려 시험 그날까지도 찬음식은 피했습니다. ㅠㅠ

수능일.
아침 일찍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시험장에 어머니 차로 데려다 주셨습니다.
솔직히 제가 다니던 학교가 집에서 워낙 멀어 시험장도 정말 너무 멀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때까지 의심하나 않고 있었던 것이 왜 어머니차로 데려다주셨는지 하는 점이었습니다.
아마도 모든 신경이 시험에만 쏠려있었던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100일주나 시험장에 들어서서 쑈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조용히 새벽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1교시 언어.
솔직히 말씀드리면 죽는줄 알았습니다.
너무 어려웠습니다. ㅠㅠ

그리고 제일 자신있어하는 2교시. 수리 영역.
너무 자신있어서 걱정되었던 이 2교시.
긴장해서 검토를 끝까지 못했습니다.
저는 검토를 뒤에서 부터 하는데 마지막 검토 후 검토못한 그 문제가 틀렸더군요 -_-;;;

점심시간.
정말 싫었습니다.
저는 시험중에 답맞추는 거 정말 싫어합니다.
기분도 나쁘고 별 도움되는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일부 다른 애들은 좋아합니다.
그래서 둘러 쌓여 수리 영역의 한문제에 대한 답을 추궁 받아 답했는데
8명중 저만 그걸 썼고 다른 애들은 다 다른 2개의 보기중 하나라고 썼답니다.
솔직히 그때 틀렸다고 생각해서 기분 잡쳤습니다.
8명중 저만 답이 다르니 당연히 틀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엔 저만 맞았습니다. -_-;;;

3교시. 탐구 영역.
답맞춘 영향으로 집중이 저하되었습니다.
기분 너무 상해서 약간 흥분상태가 되었는데 어이없게 프리즘 원리를 묻는 문제를 틀렸습니다.
게다가 선택 과목에서도 틀렸습니다.
이건 흥분상탸로 인한 쇼크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

그리고 4교시. 외국어.
다시 집중. 헌데 듣기 초긴장 상태로 시험지 넘기고 나오는 그 문제를 못들었습니다.
제기랄. 그래서 그것도 틀리고 문법도 틀리고 독해도 틀리고. 아…
아무래도 그 수리 영역이 신경에 계속 거슬렸나봅니다.

시험 다 끝나고 전 솔직히 말씀드리면 완전 망했다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분이 정말 나빴습니다.
그리고 버스타고 두시간 가량오면서 뉴스에서 [언어영역 쉬웠다] 이런 방송 들을 때 죽고 싶었습니다.
정말 집에 가기가 싫었습니다.

집에서 EBS를 보며 답을 맞추어보았습니다.
신기하게도 저는 답을 따로 쓰지 않았는데 문제와 제가 쓴 답이 한문제도 빼놓지 않고 다 기억이 납니다.
언어. 정말 놀랐습니다. 성적이 좋았습니다.
찍은 것만 틀렸습니다. ㅠㅠ

그리고 수리.
검토 못한 첫문제가 틀리고 8명중 혼자만 다르던 그 문제 맞았습니다.
제길…………….

성적은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수능이 쉬웠다는 뉴스만 없었다면 말이죠.

그리고 안방에서 초조하게 기다리시는 어머니와 아버지께 성적을 말씀드렸더니 잘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윽고 어머니께서 우십니다.
그날 어머니 차로 저보다 더 긴장하시던 어머니께서 운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3일전쯤에 아버지가 집에 오시다가 아버지 차를 트럭이 뒤에서 받아서
아버지 차가 1/4쯤 찌그러지는 큰 사고가 났기 때문이랍니다.

이 소식을 저만 모르고 있었습니다.
시험본다고 제가 이 일 때문에 신경 쓸까봐 가족 모두가 쉬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말이지 저도 눈물이 났습니다. ㅠㅠ

원래 아버지께서는 1개월 입원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입원하시면 제가 신경쓸까봐 입원도 안하시고 평소처럼 회사 나가시고 하셨습니다.
시험 다 끝나고 면접, 논술 공부하면서 집에도 안가고 아버지 병원에서 책읽던 기억이 납니다.

아… 수능은 결코 좋은 시험은 아닙니다.
없어져야 할 시험이지요.
하지만 저희 가족은 좋은 가족입니다. ㅠㅠ
그래서 제가 소중히 여기는 것도 가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