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02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르겠고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도 모르겠고
하고 싶은 건 많았는데 뭘 할질 모르겠고 …….

이런 이유로 군대를 갑니다.
2년이 지나면 오겠지만 그리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원래 6월1일 낮까지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마냥 뭔가 해결될 거 같은 기분이었는데 갑자기 밤되면서 뭘했나 생각하네요.

늦게 가는 주제에 무슨 개소리냐라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가끔씩 진짜 대학 4년반 동안 뭘했는지 생각해본적이 거의 없어요.

이제 갔다오면 일자리 준비하고 남은 한학기에 정신없이 지낼텐데 그것마저도 걱정입니다. (가지도 않았는데 2년 후 걱정이라니.)
또 부모님 걱정에, 동생놈 걱정에 미칠 것 같고.

어쨌든 이제 시간은 흘러 여기까지 왔습니다.

쉬지 않고, 멋지고 알찬 10대를 보냈고,
20대는 아직 결정적인 뭔가가 없지만 남은 5년에 뭔가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합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줄어들었으니 확률이 높아졌지요.
물론 힘은 줄어든 시간 만큼 더 들겠지만.

또, 후회되지 않은 순간은 단 한번도 없지만 뭔가 자신있게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시절은 분명히 있으니까
쪽팔린 것도 아니고 자랑스러운 것도 아닙니다만 조금은 위안이…..

20대 시작부터 중반까지 같이 보내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면서.
개놈들아 나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