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이사벨라, 블랙키스, 골포스트와 립스틱)

(본인은 3년만에 다시 가게 되는) 부천 영화제는 다들 아시다시피 이런저런 사건들로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거 같았다. 우선 처음 “골포스트와 립스틱”을 17일에 보았을때는 같이 온 사람들도 있고 해서 눈치를 못챘었다. 부천영화제가 폐막식도 한지 하루가 지난 어제 홀로 두편을 보려고 부천시청에 갔을때 뭔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상영 중간중간 몰상식과 몰이해의 극치를 보여주는 관객들의 행위는 부천영화제가 정말 국제적인 영화제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부천에서 영화를 보고 감상하는 관객들의 매너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과도한 편성시간으로 GA참석 시간 조차 배려하지 않은 주최측은 두말할 것도 없을거 같다.

지금 이야기하려고 하는 영화는 “블랙키스”와 “이사벨라” 그리고 “골포스트와 립스틱”

“골포스트와 립스틱”은 전형적인 성장 영화. 감동과 웃음이 가득한데 인물이 플롯이 눈에 딱 보일만큼 허술하기 때문에 보다보면 관객을 무시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영화다. 같이 본 신아영양의 말을 잠깐 빌리자면 슈팅라이크 베컴(Bend It Like Beckham)을 보고 감동받아 영화를 만들려다 금발이 너무해가 되어버린 영화.

“블랙키스”는 애니메이션 같은 공포영화다. 아마도 내가 올해 부천서 본 영화 세편 중 이전의 부천영화제의 판타스틱이란 주제에 가장 걸맞는 영화가 아닐까. 시종일관 스타일을 밀고 나가지만 마지막에 나타나는 범인의 정체와 끝을 알수 없는 이야기는 이야기 자체를 더욱 공포스럽게 만들어가는데 일조하고 있다. 블랙키스의 내러티브에서 장점 중의 하나는 바로 공포 영화에서 공포라는 단어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잔혹함으로 비주얼적인 공포스러움을 만들어내고서는 그것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대화들과 알수없는 인간관계들로 공포라는 단어들을 직접적으로 꺼내는 감독은 그 공포라는 단어를 이 영화에서 정의내리고 싶었던 듯 하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한번 봐서는 이해하기 조금 난해할 수 있으며 (솔직히 나도 지금 어지럽다.) 다만 이야기 플롯을 끝까지 보고 있다면 큰 스토리는 놓치지 않으리라 본다. 다시 보고 싶지 않지만, 이해를 위해 다시 봐둬야할 영화. 아.. 오다기리 죠가 카메오로 나온다 ㅋ

“이사벨라”는 시대적이고 정치적이며 가족적이다. 무간도의 두문택이 주연한 이 영화는 모든 설정은 실로 더 이상 사실적일 수 없을 정도로 사실적이다. 동시에 모든 이야기는 사실과 역사-마카오의 중국 반환-에 근거해 흘러간다. 중국과 마카오라는 아버지와 자식을 강하게 대입시켜 놓은 이 영화는 근래 보기 드문 중국영화의 수작이다. 특히 인물의 감정 변화와 성장은 같은 미장센의 시퀀스인데도 강하게 드러나서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이 영화를 한시간쯤 보다보면 극단적인 로우앵글 장면이 한번 나오는데 영화를 보다가 이 부분부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정말 더럽게 잘 만들었잖아.”

영화속의 두 주인공은 십대와 삼십대라는 차이이지만 실제로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보이지 않는다. 이 부분을 GA에서 한 관객이 두문택씨에게 물어보았는데 감독의 의도라고 한다. 게다가 두 배우들의 극중 나이는 실제 나이와 같다. 실제로 여자 배우 양락시는 16살이며 실제 영문이름도 이사벨라라고 한다. 모든 사실에서 근거한 스토리의 픽션마저도 사실성을 부여하는데에다 우연마저도 필연으로 바꾸는 감독의 능력엔 찬사를 보낸다. 올해 한번쯤 꼭 봐두어야할 영화. 아. 참고로 마카오 반환 같은 역사적 사실을 몰라도 이해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