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비누도둑 – Dark Chocolate]

1.
초심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하겠다는 의지만큼이나
그것을 처음에 하고자 했던 마음가짐을 잃으면 안된다는 것.
그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사진찍기만 해도 그렇다.
내가 처음 사진찍기에 매료됐을 때가 생각난다.
대단한 장비도 아니었던 올림푸스 4040을 가지고
이리저리 찍다가 수동도 배워보고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찍고 싶은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라는 것을.

처음 사진찍을 때 중요한 것은 비싼 장비가 아니고
한컷 한컷 셔터를 누를때의 신중함을 만들어주는
피사체에 대한 그 열렬한 애정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는 화이트 밸런스 맞추는 것에도 신경쓰지 않는다.
심지어는 셔터소리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을 만큼 무감각해진 지금에 나는 초심으로 가야한다.

2.
소중한 것은 떨어져보면 더욱 절실하게 느끼는 것.
그렇게 아쉬움을 다시보기와 독서로 만회하고 있다.

장준호의 조연출 데뷔작 ‘커피프린스 1호점’을 보다가 킬킬 웃고
한동한 멍해지고.
김영갑 작가님의 사진집을 보고 생명을 느끼며 감동하다가
한동안 멍해지고.
마이클 우드의 삽화가 들어간 멋진 책을 주문해놓고 사진말 홀겨보며 공허함을 느끼고
한동안 멍해지고.
간만에 우체통에 꽃혀있는 우편물이 여행잡지임을 알고 괜히 설레다가
한동안 멍해지고.

이런 것이 바로 소중함이라는 것.
한 주가 너무 안간다.

3.
군대가기 전에 부쩍 인디음악에 관심을 가진 내가
누구나 흔히 인디음악의 첫단계라고 하는 ‘줄리아 하트’의 음반을 구입한지
어언 4년이 다되어 간다.
지금은 좀더 편하면서도 지속적 감상이 가능하고 다시 듣기도 가능한
영구적 편암함을 주는 음악을 열렬히 찾고 있는 가운데
몇몇 밴드가 눈에 들어온다.

페이퍼에서 처음 만난 몽구스, 페퍼톤스
튜브뮤직에서 처음 만난 라이너스의 담요.
지하철에서 처음 만난 불독 맨션.
향뮤직에서 만난 비누 도둑,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관악청년포크협의회, 아방가르드 파크, 식스틴, 윈터그린, 3호선 버터플라이.
또 홍대에선 만난 가라오케 엑스와 그들이 부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그리고 최근 또다시 설레게 하는 전자양까지.

아….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