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파더 (2007)

 

사람들의 호응이 거의 없는채 조용히 박스오피스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영화. 그것은 이 영화가 그만큰 쉬쉬하는 논란 아닌 논란이 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살인범을 미화시켰다는 부분이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다지 살인범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니엘 헤니가 연기한 공은철이라는 인물에게 있어서 아버지가 어떤 존재인가 하는 부분에 많은 초점을 할애한다. 그것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아들의 실제 모습을 편집만해서 보여준 엔딩크레딧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된다. (그동안 영화는 살인자 아버지를 다루는데에 급급해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제작진들이 살인자였던 아버지의 존재를 언급하는데있어서 조심에 조심을 기울인 흔적이 엿보인다. 다만 영화적으로 언급하지 않고서는 힘든 픽션 부분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 그리고 아버지의 살인에 대한 짧은 이야기마저도 이러한 논란속에서 ‘살인자의 미화’라는 부분에 부딪혀 오해를 사지 않을까 싶다. (실제 살인 사건 관련 기사와 에런 베이츠의 해프닝을 다룬 기사들을 보면 이 영화가 실제 스토리를 미화했다는 느낌이 있다. 그렇기에 차라리 비극으로 만들었으면 어떨까 싶다.)
 
영화는 솔직히 그리 뛰어난 영화는 아니다. 연출이 뛰어나지도, 장면이 아름답지도 않은 이 영화는 그야말로 다큐멘터리처럼 극영화를 이끌어나간다. 게다가 시종일관 영화의 모든 원칙에 충실한 이 영화는 한편의 촬영 교범처럼 보인다. 시작부터 끝까지 완전 교과서다. 오프닝 시퀀스의 우편함으로보이는 다니엘 헤니의 모습이 엔딩 시퀀스에서도 반복되는 것도 영화를 보면서 예측가능한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교본에 충실한 듯한 배우들의 연기도 그렇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만큼 전율이 넘치거나 하지는 않지만 스토리의 정황과 그 정황에 알맞는 인서트 컷이 관객으로 하여금 눈물을 짓게 만드는 요소이다. 물론 실제 사건들과 해프닝을 알고 있기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이 영화가 슬플리가 없다.
 
그래서 아쉬운 점은 창의력이 부족한 연출과 너무나 싼 티가 묻어나는 외국 배우들의 연기 장면. 차라리 주한 미군의 연기 장면이 실감날 정도였다. 그래도 아쉽기는 하지만 여성 연기자 한명 없이도 눈물을 짓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리고 배우 중 유일하게 다니엘 헤니는 이런 역할-한국어가 유창하지 못한-의 연기가 매우 훌륭해 보인다. 그 외의 연기는 아직 검증할 수가 없어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공은철에 주입한 자신의 연기력이 한국어를 마음껏 구사하는데에도 발휘 된다면 뛰어난 연기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본 영화에서 영어로 연기하는 사람중에 가장 자연스러운 배우이다. (김영철 아쩌씨는 당연히 한국어 구사 연기자 중에서 최고다. @@ 실제로 이 영화에서 제일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연기자다.)